반려식물을 키우다 보면 사계절이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베란다 문만 열어두어도 식물들이 알아서 새 잎을 팡팡 틔우며 잘 자라지만, 여름 장마철과 겨울만 되면 귀신같이 앓아눕는 식물들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초보 시절의 저는 1년 내내 똑같은 자리에 식물을 두고, 똑같은 주기로 물을 주며 가드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장마철에는 멀쩡하던 뿌리가 썩어 나갔고, 겨울에는 멀쩡하던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참패를 겪었죠. 우리나라에서 식물을 오래, 건강하게 키우려면 계절에 따라 변하는 광량과 습도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시즌별 생존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식물 집사들이 가장 긴장해야 하는 두 가지 가혹한 계절, 장마철과 겨울철의 실전 관리법을 공유합니다.
[장마철: 찌는 듯한 습도와 사라진 햇빛]
7월 장마철이 시작되면 가드너들의 가장 큰 적은 '해를 볼 수 없다'는 점과 '공기 중의 과한 수분'입니다. 일주일 넘게 비가 내리면 실내 조도계 수치는 평소의 5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 빛이 없으니 식물은 광합성을 멈추는데, 공중 습도는 80%를 웃도니 화분 속 흙이 전혀 마르지 않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됩니다.
물주기는 무조건 멈춤, 혹은 평소의 3분의 1로 장마철에는 "식물이 목마르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접어두셔야 합니다. 빛이 없어 활동을 안 하므로 물을 빨아들이지 않습니다. 평소에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었다면, 장마철에는 2~3주에 한 번으로 주기를 대폭 늘리거나 장마가 끝날 때까지 아예 물을 주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잎이 살짝 처지는 신호를 보일 때 아주 소량만 챙겨주세요.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 빛이 부족해 흙이 마르지 않는다면 인위적인 바람으로 흙을 말려주어야 합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도 비 때문에 습한 바람만 들어오므로, 실내에서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화분 방향으로(직풍보다는 회전으로) 약하게 틀어주어 공기를 순환시켜야 합니다. 고인 습기는 곰팡이와 병충해를 부르는 지름길입니다.
식물 조명의 힘 빌리기 6편에서 소개해 드린 식물 생장용 LED 조명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시기가 바로 장마철입니다. 자연 광량이 아예 바닥을 치는 시기이므로, 이때 조명을 하루 12시간 동안 고정으로 켜두면 장마철 특유의 웃자람과 하엽(아래쪽 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누워버린 해와 혹독한 추위]
겨울이 되면 해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남향 집의 경우 거실 깊숙이 빛이 들어오는 장점이 생깁니다. 하지만 해가 뜨고 지는 절대적인 시간(일조시간) 자체가 짧아지고, 베란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창가에서 한 걸음 물러서기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게 하려고 베란다 유리창에 바짝 붙여놨어요"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겨울철 야간의 유리창 근처는 외부 냉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낮에는 해를 받더라도 밤이 되면 영하에 가까운 냉기 때문에 식물이 냉해(얼어 죽는 현상)를 입을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창가에서 최소 30~50cm 이상 뒤로 물러나 배치하거나, 밤에는 거실 안쪽으로 화분을 들여놓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베란다 확장형 거실의 건조함 대책 대부분 아파트 거실로 식물을 들이게 되는데, 이때 보일러를 틀기 때문에 실내가 극도로 건조해집니다. 겨울철 실내 습도는 30% 이하로 떨어지기 쉬운데, 이는 열대우림 출신의 관엽식물(몬스테라, 안스리움 등)에게 가혹합니다. 잎 끝이 갈색으로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식물 근처에 틀어주거나, 화분들을 옹기종기 모아두어 식물 스스로 뿜어내는 수분(증산작용)으로 주변 습도를 올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차가운 물은 금물, 물주는 시간대 변경 겨울철에 수돗물 직수를 바로 화분에 부으면 뿌리가 얼어붙는 동상 자극을 받습니다. 물은 반드시 전날 미리 받아두어 실내 온도와 비슷해진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5편에서 강조했듯이 겨울에는 해가 떠서 베란다 온도가 가장 따뜻하게 올라가는 오전 11시 ~ 오후 1시 사이에 물을 주어야 뿌리가 놀라지 않고 수분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9편 핵심 요약
여름 장마철에는 빛 부족과 고습도로 과습 위험이 폭증하므로, 물주기를 최소화하고 서큘레이터를 돌려 강제로 통풍을 확보해야 합니다.
겨울철에는 낮아진 온도와 짧아진 일조량에 대비해 야간 냉기가 도는 창가에서 식물을 격리하고 실내로 대피시켜야 합니다.
겨울철 실내 난방으로 인한 건조함은 가습기로 해결하며, 물은 전날 받아둔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 가장 따뜻한 낮 시간에 급수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10편부터는 [유지 및 심화 단계]로 들어갑니다. 식물이 빛을 골고루 받아 균형 있게 자라도록 돕는 '가지치기와 광합성의 상관관계', 그리고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예쁜 식물 모양(수형)을 만드는 기초 가이드를 소개해 드립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다가오는 계절 변화에 맞춰 우리 집 식물들의 자리를 옮겨줄 계획을 세우셨나요? 장마나 겨울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식물이 있다면 무엇인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