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북향이라 해가 거의 안 드는데,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요?" "창문이 작아서 낮에도 어두컴컴한 원룸인데, 초록 식물을 보고 싶어요."
1편에서 스마트폰 조도계로 집 안의 광량을 측정해 본 뒤, 생각보다 낮은 숫자를 보고 실망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거실 깊숙한 곳이나 북향 방은 낮에 측정해도 500~1,000 Lux 안팎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이 정도 광량은 빛을 좋아하는 다육식물이나 허브에게는 사형 선고와 같습니다. 줄기가 칠레레팔레레 길어지다가 결국 시들어 죽게 되죠.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울창한 열대우림의 거대한 나무 밑그늘, 즉 햇빛이 거의 닿지 않는 바닥에서 생존하도록 진화한 식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가드닝 용어로 '내음성(음지에서 견디는 성질)이 강한 식물'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식물을 키우면서 자꾸 죽여봤던 분들이라면, 오히려 빛이 적은 환경에서 다음 4가지 식물로 시작했을 때 성공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어두운 방 한구석을 싱그럽게 밝혀줄 강인한 초보 식물 TOP 4와, 음지에서 키울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반전 관리법을 소개합니다.
1. 지옥에서 돌아온 식물, 스킨답서스 (Scindapsus)
식물 집사들 사이에서 "이걸 죽이면 식물 키우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질기기로 유명합니다.
음지 버팀성: 조도가 500 Lux 이하로 떨어지는 침대 머리맡이나 주방 구석에서도 새 잎을 틔워냅니다. 빛이 부족하면 잎의 화려한 무늬가 옅어지고 초록색이 짙어지는데, 이는 적은 빛이라도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해 스스로 엽록소를 늘리는 눈물겨운 생존 전략입니다.
키우기 팁: 흙에 심어 키우다가 물주기가 귀찮다면 줄기를 잘라 물을 담은 유리병에 꽂아두기만 해도(수경재배) 알아서 잘 자랍니다. 덩굴성으로 자라기 때문에 선반 높은 곳에 두면 아래로 길게 늘어지는 멋진 연출이 가능합니다.
2. 귀족적인 분위기의 음지 강자, 스파티필름 (Spathiphyllum)
빛이 적은 곳에서도 시원시원하고 넓은 잎을 뽐내며, 심지어 조건만 맞으면 하얀색 매혹적인 꽃(사실은 잎이 변형된 포엽)까지 피우는 기특한 식물입니다.
음지 버팀성: 미국의 NASA에서 선정한 공기정화 식물 중 하나로, 실내 아세톤이나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탁월합니다. 직사광선을 받으면 오히려 잎이 누렇게 타버리기 때문에, 은은한 간접광이 들거나 형광등 불빛만 있는 사무실 책상 위가 최적의 장소입니다.
키우기 팁: 물줄 타이밍을 온몸으로 알려주는 식물입니다. 물이 부족하면 잎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 처지는데, 이때 물을 듬뿍 주면 몇 시간 만에 다시 잎이 꼿꼿하게 살아납니다. 초보자가 과습으로 죽일 확률이 가장 적은 식물입니다.
3. 모던한 인테리어의 완성, 테이블야자 (Chamaedorea elegans)
책상 위에 올려두고 키운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테이블야자는 이국적인 야자나무의 축소판처럼 생겼습니다. 얇고 시원하게 뻗은 잎사귀 덕분에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음지 버팀성: 자생지에서 큰 나무 그늘 밑에서 자라던 습성이 있어서 강한 햇빛을 아주 싫어합니다. 조명이 켜진 실내라면 어디서든 무난하게 적응합니다. 성장이 다소 느린 편이라, 좁은 공간에서 모양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키우기에 제격입니다.
키우기 팁: 건조한 실내 환경에서는 잎 끝이 갈색으로 마를 수 있습니다. 분무기로 잎 주변에 물을 자주 뿌려주면 싱그러운 초록빛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강철 같은 생명력, 산세베리아 & 스투키 (Sansevieria)
식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이보다 좋은 식물은 없습니다. 음지에 강할 뿐만 아니라, 한두 달 물주기를 잊어버려도 쉽게 죽지 않습니다.
음지 버팀성: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신발장 위나 복도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킵니다. 다른 식물들이 밤에 산소를 소비할 때, 이 식물들은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특이한 대사 과정을 가집니다. 그래서 침실에 두기 가장 좋은 식물로 꼽힙니다.
키우기 팁: 음지에서 이 식물들을 죽이는 유일한 원인은 '과도한 관심(잦은 물주기)'입니다. 통통한 잎 내부에 이미 많은 양의 물을 머금고 있으므로, 흙이 속까지 완전히 바짝 말랐을 때(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주어야 합니다.
[중요] 빛이 없는 곳에서 식물을 키울 때의 '반전 주의사항'
많은 초보 집사들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음지 식물이니까 물을 자주 줘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이게 바로 식물을 죽이는 지름길입니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식물의 광합성 활동이 둔해지고, 그만큼 흙 속의 물을 빨아들이는 속도도 굉장히 느려집니다. 창문을 닫아두어 통풍까지 안 된다면 화분 속 흙은 일주일이 지나도 축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때 물을 또 주면 뿌리가 숨을 쉬지 못해 썩어버리는 '과습'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음지에서 식물을 키울 때는 양지에서 키울 때보다 물주기 주기를 훨씬 길게 잡아야 합니다. 손가락 한 두 마디를 흙에 찔러보아 속흙까지 완전히 마른 것을 확인한 후에 물을 주는 습관을 들여야 안전합니다.
2편 핵심 요약
빛이 부족한 북향이나 원룸에서도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름, 테이블야자, 산세베리아 같은 내음성 식물은 잘 버텼습니다.
이 식물들은 강한 직사광선을 받으면 오히려 잎이 타들어 가므로 실내 간접광이나 형광등 환경이 더 알맞습니다.
음지 환경에서는 식물의 물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므로, 양지보다 물주는 횟수를 줄여 과습을 철저히 예방해야 합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3편에서는 어둡지도 아주 밝지도 않은 중간 지대, 즉 '동향/서향 창가나 베란다 안쪽(반양지)' 환경을 100% 활용하여 풍성한 정원을 만드는 식물 배치 가이드와 추천 식물을 다룹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해가 잘 들지 않는 여러분의 방 안 구석, 혹은 욕실에 초록색 생기를 더해보고 싶은 공간이 있으신가요? 어떤 식물을 두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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